이번 희생양은 박재범 당첨이다.
이미 희생양으로 유승준, 베라 등 여러명이 당첨된 바 있다.
이번 일을 보니 군대에 있을 때의 일이 생각난다.
내 후임 모모가 자기 싸이에 자기가 부대가 있는 지역이 싫다고
다른 곳으로 옮기고 싶다고 적어놔서 파문이 일어난 적이 있다.
그 때 난 그게 파문이 될 일일까 싶었다.
선임 누구를 죽이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
그냥 복무지가 싫다는 건데..
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잘 몰랐다.
아마 자기 부대, 더 나아가서는 자기 지역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?
이번 일도 이와 비슷하다.
사람들이 흥분하는 이유는 국가, 민족의 정체성과 자신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.
한 번 말을 바꿔보자.
한국의 노동자들 재수없어. 밥맛이야.
이러면 흥분하는 한국사람들 몇이나 될까?
자신을 노동자라는 계급과 동일시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동조하는 이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.
이처럼 자기 정체성을 국가나 민족과 같은 거대개념에 맞추기 시작하면
국가 민족에 대한 모독은 자신에 대한 모독으로,
애국, 애족은 곧 자기 사랑으로 미화된다.
국기에 대한 경례 거부로 퇴직당한 사람을 공격하는 수많은 댓글중에서
'저런 사람이 자기 자신도 사랑할 줄 모른다'는 댓글도 본 기억이 난다.
그렇게 국가, 민족이 모독된다고 느끼면 사람들은 추방과 배제의 논리를 갖다댄다.
그것이 자신을 위협한다고 믿기 때문이다.
그리고 꼭 이 말이 나온다.
'사랑하지 않으면 떠나라.'
글쎄, 과연 노동자는 자기 직장을 사랑해서 일을 하는 걸까?
국가와 국민의 관계도 마찬가지 아닐까?
물론 이런 말을 하면 국가는 더 신성한 것이라면서 길길이 날뛰겠지만...
나도 한국인이고 외국에 나가본 적이 없지만
한국을 좋아해서 이러고 있는 건 아니다. 다만 익숙한 게 편할 뿐.
더 재미있는 건 이런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보수꼴통이 아니라
나름 자기는 진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란 점이다.
게다가 흥미롭게도 이 사람들이 다른 댓글에서는 우리나라의 계급의식 부재를 한탄한다.
참 모순적이며 이중적이다.
계급의식을 가리고 있는 큰 장벽이 바로 나라사랑, 민족사랑인걸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걸까?
아니면 알면서도 그걸 포기할 수 없는 걸까?
인터넷만을 놓고 봤을 때 인터넷 문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
2가지인 것 같다.
첫째가 당파성 혹은 정파성이고
두번째가 애국애족이다.
욕설? 별로 심각하지 않다.
어차피 인터넷은 현실을 반영한다.
인터넷이 별세계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 욕은 사라질 수 없다.
현실에서 욕설이 사라지지 않듯이.
첫번째는 지난 시사만화 글에서 충분히 밝힌 바 있다.
공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저 쟤는 나쁜 놈이야로 끼리끼리 파벌짓는 그 특성.
이거 식민사관 아니냐고 궁금해 할 사람도 있겠지만
식민사관=악은 아니다.
분명 식민사관은 잘못된 것이지만 그게 100% 절대적으로 틀린 건 아니다.
내가 늘 주장하듯 절대악이란 건 없다.
그리고 두번째 애국애족, 이것도 참 문제다.
국기에 대한 경례 사건 때 댓글에서 그 심각성을 절감했다.
국가와 민족 앞에는 헌법도, 양심의 자유도, 생각의 표현을 강요받지 않을 권리도
다 날아가 버리는 것이다.
웃기는 건 단지 국기에 대해 숭배한다고 그것이 국가를 사랑한다고 믿는 토테미즘적 사고다.
국기는 나라에 대한 상징물이지 나라 그 자체가 아니라는 걸 이 현대판 원시인들은 아는 걸까 모르는 걸까?
아무튼 이번 일에 대한 개인적 소감을 말하자면 역겹다.
어디 유엔 총회 가서 발언한 것도 아니고 개인 홈페이지나 사적인 공간에 올린 걸 뒤져서 찾아내고
연예인에게 갑자기 공적인 지위를 부여한다.
거 참 광대가 언제부터 관기가 됐는지 모를 일이다.
얼굴이 알려지고 말에 영향력이 있어서 공인이라 한다면 허경영도, 빵상 아줌마도 공인이다.
한국을 좋아해야 한국에서 돈을 벌 수 있다는 논리도 참 해괴망측하다.
지금도 착취와 저임금에 시달리는 이주노동자들이
어디 한국이 좋아서 그 고생을 하는가?
그런 사람들한테도 한국이 싫으면 떠나라는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.
서울에 비유하자면 서울시장이 공해와 인구과밀로 살기 힘들다고 불평하는 시민들한테
서울이 싫으면 서울을 떠나라고 말하는 거나 별 다를 게 없어보인다.
사인의 사적발언, 그것도 그렇게 이상할 것 없는 너무도 당연한
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발언을 가지고 왈가왈부하는 인터넷은 참 할 일 없어 보인다.
# by esmate | 2009/09/05 14:49 |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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